예비군 훈련에 대한 생각

정해진 장소에 군복과 군화를 꺼내입고 와서 평소에는 갖추지 않던 껄렁껄렁함을 뽐낸다.
총기, 탄띠, 방탄모를 지급받고 착석한다.
친구와 같이 온 사람들은 시끌벅적, 혼자 온사람은 시작도 전에 잠을 청한다.
아참, 핸드폰은 개인 양심에 따라 제출여부를 결정한다.
"핸드폰 안가져오셨어요?"
"차에 두고왔어요."
라며 물어보지도 않은 핸드폰의 위치까지 어색하게 실토한다. 대답을 들은 사람도 그냥 넘어간다.

향방작계훈련이라고 해서 여느때처럼 그저 동네 근처 공원에 가서 앉아있다가 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거점으로 버스를타고 이동한다고??총 6시간 훈련짜리인데?

"제시간에 맞춰서 돌아올 수 있나요?"
라며 용기있는 사람의 질문이 모두의 의문을 풀어준다.
예상치 못한 훈련이지만 아무렇지 않다.
여기서 두 부류로 나뉜다.
1.회사원
2.자영업자

1.회사원은 보통 출근하는 날이더라도 국가의 부름을 받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공가 처리되어 훈련날도 월급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2.자영업자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가게를 맡는다면 대체자가 없을 경우 하루 장사를 못한다. 그렇지만 예비군 훈련 때 나오는 돈은 고작 도시락값 6,000원.

다들 받아들인다. 지금 나와 같이 예비군 받는 사람들은 군인 시절 연봉 많아봤자 200만원 언저리 였을 것이다.

도착한 곳은 양주 산자락. 또 하필 오늘은 비가 온다. 대학 시절 우의를 입고 훈련을 받는 예비군들을 보며 불쌍하게 여겼는데, 오늘 내가 딱 그꼴이다. 우의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간다. (훈련 내용은 생략)

다들 껄렁함에다가 꿉꿉함을 표출하는 찌뿌린 표정으로 걷는다. 매번 느낀다.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겠지?
예를 들면
"오랜만에 지옥같은 현실에서 동떨어져 나와 비를 맞아도 젖지않는 우의를 입고 공기 맑은 곳에서 산책하고 있으니까 너무 좋다."

괜히 나도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처럼 강제로 자연을 느끼고 깨어있는 듯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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